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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없는 항암제 연구’의 새 지평을 열다

2015-04-14

‘부작용 없는 항암제 연구’의 새 지평을 열다 
암세포의 에너지공장만 공격하는 항암물질 개발
고려대학교 화학과 김종승 교수




암은 인류가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그동안 암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항암제들이 개발되어 왔지만 암세포 외에 건강한 정상세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 탈모나 구토, 어지러움, 급격한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사멸시킴으로써 항암효과를 향상시키고,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고려대학교 화학과 김종승 교수 연구팀이 정상세포를 제외한 암세포만 공격할 뿐 아니라 암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항암물질을 개발, ‘부작용 없는 항암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암 정복이라는 인류 최대의 목표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은 김종승 교수를 만났다.



암세포 사멸만 유도하는 저분자화합물 발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인 암은 고령화에 따라 그 발생률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암은 발병하는 각 조직의 특이성을 고려해 진단과 치료가 진행되지만 급성이거나 전이가 일어날 경우 발병했던 조직의 한계를 넘어 전신으로 암세포가 급속하게 퍼져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암이 치료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재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5년의 경과를 지켜본 후에서야 완치판정을 받게 된다. 
“난치성 질환인 암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진단, 사멸 치료를 할 수 있는 물질인 세라노스틱(theranostic compound : therapy 치료와 diagnose 진단의 합성어) 개발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항암제들이 개발되었지만 암세포들의 약물저항성으로 인한 항암효과 저하를 비롯해 낮은 암세포 표적 사멸 기작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들은 여전히 암을 정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현재 항암제 연구 개발의 가장 큰 핵심이자 최대 관심사는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사멸시켜 항암효과를 향상시키고, 정상세포의 손상을 줄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김종승 교수는 그동안 암 환자들이 큰 부작용 없이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오랜 시간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노하우를 쌓아 왔다. 그 결과 최근 암세포의 ‘에너지 공장’이라 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만 골라 공격하고, 암세포가 사멸되는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 ‘세라그노스틱7’을 개발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연구팀은 항암물질이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서만 선별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암세포 내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정상세포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고농도의 과산화수소에 반응해 항암물질 5-플루오로우라실(5-fluorouracil)을 분비하도록 했다.




암세포에서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는 곳은 세포 속 에너지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다. 5-플루오로우라실은 약물저항성 때문에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는 항암치료 효과가 낮지만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집중공격하는 데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표적항암제에 ‘세라노스틱7’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therapy(치료)와 diagnose(진단)의 합성어인 세라노스틱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질병의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하는 화합물, 특히 이번 연구에서 암세포 표적 활성을 극대화시켜 발굴된 물질을 지칭한다. 
연구팀이 표적항암제를 인간의 암세포를 피하에 주사해 암을 유도한 생쥐모델에 투여한 결과 암 조직이 눈에 띄게 사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적항암제는 이중나선 구조의 DNA를 이루는 두 사슬 가운데로 끼어 들 수 있는 화합물(EtBr)을 포함, 암세포 사멸과정에서 나타나는 DNA 손상을 형광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표적항암제가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형광물질을 첨가해 5-플루오로우라실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면, 그 자리에 형광물질을 둬 외부에서 파괴된 암세포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낮은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을 다분자로 결합시켜 항암효과를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항암제 합성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임상에서 사용되는 항암제 중에 약물저항성으로 인해 항암효과가 저하된 약물들의 항암효과 증대와 항암치료 부작용 최소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팀은 새롭게 합성한 세라노틱스7 물질의 실용화를 위해 전임상단계, 임상단계를 모두 연구할 예정이다.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국내외 제약회사들이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특허 등록 완료 후 프로세스가 빠르게 구축되면 7년 이내에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지 2014년 11월 1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으며, 12월 24일 프린트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약물전달·흡수 모니터링 가능한 약물전달 복합체 개발
김종승 교수는 형광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센서 연구자로 지난 22년 간 유해물질의 검출 및 약물전달 시스템 등의 응용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에 앞서 2012년에는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만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고 그 전달과정까지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약물전달 복합체를 개발해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기존의 약물전달 복합체는 암세포 내에서 구조나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약물을 전달해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약물의 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세포의 활성 또는 사멸 정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존의 약물전달 복합체가 고분자나 나노입자로 만들어져 잔여물이 그대로 남아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분자가 커서 암세포까지 제대로 도달할 수 없는 등 단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암세포 지향 리간드(RGD 펩티드)와 효소활성 등을 이용한 약물전달 복합체를 유기화학합성으로 만들어 기존의 약물전달 복합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RGD 펩티드는 종양과 관련된 혈관생성과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나타나며, 이 부분을 인지하는 수용체가 암세포 표면에 풍부해 효과적인 암세포 표적지향체(약물전달체계에서 표적 부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약물의 흡수를 도와주는 물질로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증대시킴)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우선 암세포에만 약물이 전달될 수 있도록 RGD 펩티드와 세포핵 내에 약물표적자를 가지고 있는 암세포 치료 약물(CPT 약물) 및 효소(-S-S, 다이설파이드)를 연결하고, 약물이 나올 때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형광체(나프탈이미드 형광체)를 넣어 약물전달 복합체를 만들었다.


“우리 연구팀에서 개발한 약물전달 복합체는 RGD 펩티드가 있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될 뿐 아니라, 약물표적자가 있는 핵주위로 약물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강한 항암효과로 인한 부작용, 물에 대한 낮은 용해도, 혈액 속에서 쉽게 분해되는 문제점 등으로 실제 사용할 수 없었던 CPT 약물을 나프탈이미드 형광체와 연결한 새로운 프로드러그 형태로 개발함으로써 표적부위에만 전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나프탈이미드 형광체가 있어 육안으로도 CPT가 암세포에만 흡수되어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모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지 2012년 8월호에 표지논문과 주목할 논문(Spotlight)으로 게재되는 영예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성과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표적지향적 약물전달물질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노벨상 예측 전문가가 뽑은 과학자로 선정
김종승 교수는 지난 22년 간 나노유기분자의 합성과 생물학적 응용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로 과학인용색인(SCI) 저널에 34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50여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까지 발표한 다수의 논문들은 Angewandte Chemie(표지논문), Chemical Reviews, Chemical Society Reviews 등 화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며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연구업적과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우수인재 대통령상 △2008년 고려대 석탑강의상 △2009년 대한화학회 심상철학술상 △2009년 고려대 석탑강의상 △2010년 국가연구우수성과 100선 △2011년 송곡과학기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어 2013년 3월에는 우수한 연구개발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과학자를 포상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13년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우수박사학위 지도교수상’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 △‘지식창조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지식창조대상은 국제학술 공헌도가 높은 국내 최고의 지식창조 과학자에 수여하는 상으로, 기존의 관행적 방식인 추천방식을 배제하고, 계량정보분석기법을 통한 수상자 선정방식을 도입해 세계 최상위권의 논문을 발표, 그 인용도가 매우 높은 과학자를 선정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아울러 김종승 교수는 이처럼 탁월한 연구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 1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되는 영예를 갖게 되었다.




이 뿐 아니라 2014년 5월 30일에는 세계적 학술정보서비스 기업인 톰슨로이터의 계량분석 전문가인 데이비드 펜들베리가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6명을 발표,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그 명단에 김종승 교수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톰슨로이터 학술정보서비스 부문은 1960년 미국 언어학자 유진 가필드 박사가 세운 과학정보연구소(ISI)가 모태다. 이 회사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는 1900년 이후 출판된 2700여 개 저널, 5만여 권의 책, 9000만 건 이상의 저술 정보, 8억 건 이상의 인용 문헌정보를 담고 있다. 과학기술(SCI)·사회과학(SSCI)·예술인문(AHCI) 등 거의 모든 학술 분야를 망라하는 방대한 규모다.


펜들베리는 이 ‘웹 오브 사이언스’의 모든 자료를 지수화한 중요 과학색인(ESI)을 직접 개발했다. ESI를 검색하면 지난 10년 간 인용도 상위 1% 논문(Highly cited paper), 지난 2년 간 출간된 논문 중에서 최근 2개월 인용도 상위 0.1% 논문(Hot paper)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세계적 유명세를 탄 건 1989년 ESI의 데이터를 재가공해 그해의 노벨상 수상 예상자 명단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펜들베리가 노벨상을 예측한 결과, 지난해까지 과학 분야 역대 예상자 174명 중에서 34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특히 1989~2001년 사이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17명은 전원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들이 실제 상을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8.5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추가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이유로 펜들베리가 발표한 한국의 ‘인용도 높은 과학자 명단(New List of Highly Cited Scientists, 2002~2012)’에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노벨상 수상 예상자 명단은 아니지만 같은 전문가가 같은 DB를 사용해 선별한 명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논문 인용 횟수가 많기 때문에 이 명단에 포함된 과학자들은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




암 환자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김종승 교수 연구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초분자나노유기재료연구실에서는 생체 내에서 복잡한 생리적·병리적 역할을 담당하는 금속들을 감지할 수 있는 화학센서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생물에 효과적인 금속센서에 요구되는 성질은 다양한 세포 내의 금속이온에 대한 선택성, 수용성, 막 투과성, 시료 손상 등의 기본적인 물리적 성질과 자동 형광을 줄이기 위한 장파장 전이 및 방출, 우수한 공간 해상도를 위한 켜짐 형광 감응 등이 있다.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는 분자센서를 설계, 합성 및 작동에 관련된 광학적·생화학적 연구를 유기합성에서 이론화학까지의 광범위한 화학기법과 지식을 활용해 종합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초분자나노유기재료연구실의 특징은 마치 하나의 기업과 같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승 교수가 연구실의 리더로서 연구의 방향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주면, 이에 맞춰 각 세부 그룹별로 연구교수들이 책임을 지고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그룹별 운영체제이지만 정기적인 리뷰와 토론을 통해 전체 연구원들 간에 연구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무엇보다 연구실의 가장 큰 힘은 김종승 교수와 연구원들 간의 끈끈한 신뢰다. 김종승 교수는 언제든 연구원들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찾아올 수 있도록 연구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연구원 스스로가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러한 신뢰가 연구가 꽃 필 수 있는 탄탄한 뿌리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김종승 교수는 평소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인내와 도전정신, 미래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를 강조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최신 증명방법들을 통해 가설을 증명하는 것에는 상당한 인내와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요즘 같이 다양한 분야의 학문들이 융합창조의 개념에서 통합되어 연구, 분석되는 시점에서는 다양한 학문에 대한 이해도가 절실히 요구되죠. 따라서 신진연구자들의 개방된 연구자 마인드, 그리고 서로가 협력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추진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故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유훈처럼 연구라는 험난한 길을 걸으면서 수없이 시련을 겪게 되겠지만, 이러한 시련을 극복해 가며 뚝심 있게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결국 성공에 이를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나무를 보지 말고 큰 숲을 보는 과학자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김종승 교수는 앞으로도 인류의 건강을 보다 더 증진시킬 수 있도록 크게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첫 번째는 그동안 수행해 온 연구들을 더욱 발전시켜 부작용 없는 항암제를 개발하겠다는 것, 두 번째 계획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다. 만약 김종승 교수의 두 가지 계획 중 하나라도 성공하게 된다면 톰슨로이터의 예상이 적중,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 ‘김종승’을 머지않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종승 교수의 하루하루는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다.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하며, 환자들의 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과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연구에서 느껴지는 생명에 대한 짙은 애정과 진정성은 김종승 교수의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이 이 땅의 수많은 암 환자와 치매 환자들에게 희망이라는 큰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